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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의 한복판, APEC 정상회의 ‘정치 무대’로 부상

by uwisesofi 2025. 10. 29.

 

세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다시금 국제무대의 중심 이슈로 떠올랐다. 2025년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본래 경제협력과 자유무역을 논의하는 장이었지만, 이번에는 미·중 갈등이 사실상 모든 의제를 덮어버렸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 회의에서 별도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며 긴장 완화의 실마리를 찾고자 했다. 양국은 최근 몇 달간 관세 인상, 반도체 수출 통제, 희토류 수출 규제 등으로 극한 대립을 이어왔다. 미국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과 기술 절취를 이유로 추가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섰다.

이번 APEC 회의는 이러한 대결 구도를 완화할 ‘휴전의 창구’로 주목받았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은 회담에서 희토류 수출 규제 완화관세 유예 가능성을 논의했으며, 양측 모두 “긴장 고조를 피하고 실질적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나 양국 간 근본적인 이해충돌이 여전한 만큼, 이번 회담이 실질적 전환점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APEC은 협력보다 전략 경쟁의 무대가 됐다”며 “미·중 모두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강화하면서, 다자협력보다는 영향력 경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미국은 ‘친미 블록’을 중심으로 공급망 동맹을 구축하고 있고, 중국은 ‘일대일로’ 참여국을 중심으로 자국 중심의 무역 질서를 강화하는 중이다.

이번 회의는 또 하나의 외교적 의미를 가진다. 개최국인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시도해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놓였다. 한국은 미국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의존도를 고려해 신중한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갈등의 중재자라기보다 실질 협력의 조정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경쟁은 경제뿐 아니라 기술과 안보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AI)과 첨단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에 맞서 핵심 소재와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러한 흐름은 APEC의 핵심 가치인 ‘자유무역과 상호 번영’의 정신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APEC 회의 현장에서는 ‘글로벌 공급망 안정’, ‘디지털 무역 규범’ 등 경제협력 의제도 논의되었지만, 미·중의 전략적 대립이 모든 논의를 압도했다. 한 참가국 대표는 “양국의 눈치싸움 속에서 실질적 합의는 거의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 APEC은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정치 무대’**로 변모했다. 미·중이 일시적 휴전에 합의하더라도 그 속내에는 패권 경쟁을 지속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협력보다는 견제, 대화보다는 세력 확장이 두드러진 이번 회의는 세계가 여전히 ‘신냉전적 경쟁 구도’ 속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향후 관세 협상과 자원 공급망 재편, 그리고 반도체 기술 통제 등에서 양국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글로벌 무역질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APEC이 갈등 완화의 전환점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대립의 서막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회의가 국제사회에 “미·중의 경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세계 질서의 방향을 좌우하는 핵심 축”이라는 사실을 각인시켰다는 점이다.